최정화, 《잡화》傳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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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화, 《잡화》傳 -2부
  • 서현덕 기자
  • 승인 2019.04.01 2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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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6. 문화예술산책

'경기포스트 문화예술산책'이 지난번 소개했던 설치미술가 '최정화' 작가의 개인전이 오는 3월 29일 막을 열었다, 아트스페이스 광교의 개관 소식에 수많은 시민들이 방문했고 이를 예상하기라도 한 듯 최정화 작가는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을 위한 전시를 구상하였다. 

최정화_오뚝이 알케미

주출입구를 통해 전시장에 들어서자 오뚝이 알케미가 아이들의 장단에 맞춰 갸우뚱거린다 그에 맞춰 울리는 풍경소리는 작품들 사이를 거니는 이들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

전작에서 그가 보여주었던 빛나는 탑과 같은 알케미 시리즈와는 다른 정체성을 가진 작업임이 분명했다, 갸우뚱거리며 청아한 소리를 퍼뜨리는 오뚝이 알케미 작품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도 소통이 가능함을 증명했다.

 

최정화_빛의 묵시록

올해 초 SNS로 떠들썩했던 공공미술 프로젝트 ‘모이자 모으자‘를 통해 모인 조명 스탠드들로 제작된 조형물 빛의 묵시록이 입구에서부터 그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거창한 이름에 걸맞은 외양은 세세하게 따져보면 정말 평범하기 그지없는 스탠드들로 구성되어있다, 누군가의 집 구석구석에서 빛을 발했을 작은 조명들이 모여 만들어낸 빛의 유기체, 소소한 개개인의 일상들이 만들어낸 생生의 하모니는 작품 주위에 운집한 인파들 속에서 함께 숨 쉬고 있었다.

 

최정화_타타타如如

노점상에서 파는 싸구려 장신구를 닮은 모습의 ‘타타타如如’는 기존 그의 작업의 주된 소재였던 냄비들로 구성된 조형물이다, 앞에서 설명한 인간과 하늘을 이어주는 형태의 작업들과 다르게 일견 얼싸안은 민중들 같기도 하고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삶의 궤적 같기도 한 작품은 그 궤적을 쫓는 이를 영원처럼 아득히 느껴지는 상념에 빠지게 한다,

 

최정화_눈이 부시게 하찮은

익숙한 둥근 공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빛을 한 점 한 점 뿌려댄다, 미러볼 혹은 디스코볼이라고 부르는 조명기기는 우리에게 의미 없이 지나치는 물건이지만 최정화 작가의 눈에 들어온 미러볼은 그렇지 않았나 보다 고급과는 거리가 터무니없이 멀어 보이는 이 빛들이 만들어내는 미약한 빛들은 이 공간에서 우리와 만나 새로운 의미를 가지고 사그러든다. 우리네 삶처럼 말이다.

누군가에겐 의미 없이 스쳐 지나가는 일상 속 행인이지만 누군가에겐 삶의 빛을 만들어내는 사람이자 살아가는 이유가 되듯이 소소한 것에서 꽃을 피워내는 작가와 만나 또 그 피워낸 꽃을 바라본 우리와 만나 빛나는 무언가가 되었다.

작가가 수집하거나 제작하였을 이 가면들은 아주 오래된 듯 보인다 쭉 늘어선 이 가면들은 그저 자연스럽게 옛날부터 존재했던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걸려 있다. 녹슬고 칠이 벗겨진 것들, 삭아 없어져 갈 것들과 낡을지언정 녹슬지 않는 것들이 다소 터무니없게 느껴지는 조합으로 어우러져 있다. 이 터무니없음은 어딘지 숙연하게 다가와 뭉클한 것을 남긴다. 시대는 변하고 형태는 많이 변했지만 사람들이 염원해왔던 것들, 아득히 긴 시간 동안 이어져온 꿈의 실낱을 보게 된 것만 같다.

최정화의 작품들은 살아있어 본적 없는 물건들을 묶어 살아서 서로 엮이고 때론 잠식하며 울렁거리는 생기를 만들어낸다. 부자연스럽고 조화롭지 않은 것들이 시기적으로도 부적절하고 설치 장소로도 매우 적합하지 않은 곳에 놓여, 세상에 오롯이 존재할 것 같은 조화로움을 뿜어내 일상의 가치 없는 잡화雜貨의 개화開花를 보여주는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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