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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8 가을문화역사기행깊은 가을로 물드는 수원화성을 걷다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에 가을이 깊었다. 어딜 가나 온갖 채색을 한 단풍과 바람에 나부끼는 억새가 가을이 깊었음을 알리고 있다. 수원화성의 가을은 아름답다. 성벽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수원화성은 가을이 되면 일 년 중 가장 아름다운 문화유산이다. 그렇기에 가을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화성을 걷는다.

세계문화유산이자 국가시적 제3호인 수원화성. 화성은 사적 안에 4기의 보물을 간직한 곳이다. 화성은 서쪽으로는 팔달산을 끼고, 동쪽으로는 낮은 구릉의 평지를 따라 쌓은 평산성이다. 정조는 아버지 장헌세자에 대한 효심에서 화성으로 수도를 옮길 계획을 세우고, 정조 18년인 1794년에 성을 쌓기 시작하여 2년 뒤인 1796년에 완성하였다.

실학자인 유형원과 정약용이 성을 설계하고, 거중기 등의 신기재를 이용하여 과학적이고 실용적으로 쌓았다. 화성은 다른 성곽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동문인 창룡문, 북문인 장안문, 서문인 화서문, 남문인 팔달문의 4대문을 비롯한 각종 방어시설들과 공격거점인 구조물을 돌과 벽돌을 섞어 쌓은 특수한 성이다.

자연을 닮은 화성을 걷다

화성은 자연을 닮았다. 자연의 지형지물을 이용해 축성한 화성은 자연과 하나 되어 거대한 미술품처럼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화성을 노래한다. 쉽게 볼 수 있는 사진 또한 훌륭하다. 사진을 찍는다고 하는 사람들은 가을이 되면 거의 화성을 다녀간다고 한다. 그만큼 화성은 자연과 하나가 된 소재로 유명하다.

하지만 벌써 수십 번째 화성을 돌아 본 나는 오늘도 화성을 걷는다. 사진을 찍기 위해 걷는 것이 아니고 거대한 자연의 걸작품을 마음에 담기 위해 걷는다. 성곽의 둘레는 약 5.7km, 어른 걸음으로 걸으면 한 시간 반 남짓하다. 그러나 화성을 느끼면서 안팎을 돌아다니면서 걷다보면, 그 세배인 15km 정도를 걷는 꼴이 된다. 그래도 난 화성을 걷는다. 화성의 가을을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어디를 간들 아름답지 아니할까? 하지만 그동안 계절별로 화성을 돌아보면서 몇 곳의 아름다움을 눈여겨 보아두었다. 그 아름다움을 찾아 걷기로 한 것이다.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 정조의 효심이 축성의 근본이 되었다. 또한 강력한 왕도정치의 실현을 위한 정조의 정치적 포부가 담긴 곳으로, 정치구상의 중심지로 삼기 위해 한양 남쪽의 국방요새로 활용하기 위한 곳이었다.

화성내의 시설물로는 문루 4, 수문 2, 공심돈 3, 장대 2, 노대 2, 포(鋪)루 5, 포(砲)루 5, 각루 4, 암문 5, 봉돈 1, 적대 4, 치성 9, 은구 2등 총 48개의 시설물이 있었으나, 이 중 수해와 전란으로 6개 시설물(공심돈 1, 암문 1, 적대 2, 은구 2)이 소멸되고 현재는 42개 시설물이 남아 있다.

가을이 벌써 이리 깊었구나!

수원화성은 규장각의 문신인 정약용이 동서양의 기술서를 참고하여 1793년에 저술한 <성화주략>을 지침서로 하여 축성하였다. 재상을 지낸 영중추부사 채제공의 총괄아래, 조심태의 지휘로 1794년 1월에 착공하여 1796년 9월에 완공을 하였다. 화성 축성 시에는 거중기와 녹로 등 신기재를 특수하게 고안하여 사용하였다.

화성의 동문인 ‘창룡문(蒼龍門)’이 보인다. 창룡이라는 이름은 음양오행설에서 푸를 '창'자가 동쪽을 의미한다는 데에서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동방을 ‘청(淸)’이라고 하는데, 그 청을 상징하는 것인가 보다. 창룡문은 한국전쟁 당시 크게 소실된 것을 1978년에 복원하였다. 창룡문은 홍예의 크기만을 놓고 볼 때는 장안문보다 더 크다.

남수문에서 창룡문을 향해 걷는 도중 만나게 되는 가을. 성벽과 묘한 대조를 이루며 온갖 색으로 치장한 화성의 모습이 기이하다. 도대체 누구라 잃게 아름다운 색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자연의 조화에 절로 감탄한다. 성벽위로 솟아오른 감나무에 잎은 보이지 않고 감만 주렁주렁 달려있다. 걷기를 중단하고 그 아름다움에 눈을 돌리지 못한다. 지금 이대로 걷기를 계속하다 뒤돌아보면 가을이 다 떨어져버릴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억새와 어우러진 나무 한 그루

성 밖으로 길을 나섰다. 동북공심돈 밖에 억새가 하늘거린다. 그리고 그 옆에 훌쩍 키가 큰 은행나무 한 그루가 바람에 잎을 날리고 있다. 저런 모습이 정말 가을이 아니겠는가? 가을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누구는 북에서 온다고 하고 누구는 바람을 타고 날아온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가을에는 잎이 잘도 날린다. 그 바람 때문이다.

방화수류정에도 가을이 왔다. 보물로 지정된 방화수류정은 동북각루이다. 방화수류정은 '꽃을 찾고 버들을 따라 노닌다'라는 말이다. 그럴 정도로 동북각루는 아름다운 정자다. 독특한 건축미가 돋보이는 방화수류정은 2011년 3월 3일에 보물 제1909호로 지정되었다. 방화수류정 앞 연지와 함께 화성이 건축물 가운데 당연히 으뜸으로 치는 곳이다.

1794년 10월 19일 완공을 한 방화수류정은 그 아래 용연과 더불어 화성의 건축물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화성의 백미'라고 칭찬을 하는 방화수류정.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 보이는 방화수류정은 주변감시를 하고 군사들이 쉬기도 하는 기능을 함께 갖고 있다. 그 방화수류정 인근에도 가을이 내려앉았다.

장안문부터 화서문까지 가을은 장관이다

장안문을 지나면 많은 사람들이 모여 걷고 있다. 장안공원은 수원시민은 물론 관광객들까지 모여드는 곳이다. 화성어차 한 대가 곁을 지나면서 ‘비키라’고 고함친다. 저 사람들은 가을을 느끼지도 못하는가 보다, 이 아름다움을 어찌 소리를 질러 흥을 깨고 있는 것일까? 그저 어차를 타고 화성을 한 바퀴 도는 것보다 이렇게 가을과 함께 걷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왜 모를까?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이 마치 눈이 내리는 듯하다. 이 계절에만 만날 수 있는 광경이다.

나이가 들어 보이는 느티나무 한 그루가 아름답다. 그 나무 한 그루 안에 가을이 온전히 녹아있다. 서북공심돈과 화서문을 약간 비켜서면 붉은 단풍 한 그루가 묘한 대조를 이룬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팔달산 방향을 바라보면 바람에 날리는 억새들이 은빛 물결을 이룬다. 절로 입에서 감탄사가 나온다.

이곳은 가을이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수원화성에서 가을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낮의 햇볕으로 인해 아름답게 반짝이는 억새의 무리들을 바라보며 산길을 걷는다. 산길이랄 것도 없다. 그저 뒷집을 지고 걸어 오르면 되기 때문이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사진을 찍느라 요란을 피운다.

가을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면서 수원화성의 절반을 걸었다. 깊게 내린 가을이 발길을 붙든다. 남은 반은 언제 돌아야할까? 휴일인 4일 걸어본 수원화성의 가을. 이 가을이 나에게 또 하나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간다.

하주성 기자  rja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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