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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성 기자 칼럼‘MeToo’, 추악한 한국 모습 드러내
하주성 국장

‘MeToo운동’은 ‘나도 성추행 피해자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성폭력 생존자들이 SNS를 통해 자신의 피해 경험을 잇달아 고발한 현상을 말한다.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고 피해자들이 연대를 위해 진행됐다. 특히 ‘MeToo운동’은 직장이나 사회단체 등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권력형 성폭력에 주목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MeToo’로 인한 열풍이 우리나라에 만연한 성폭력이나 성추행 등을 고발하는 계기가 되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한 마디로 ‘추악한 나라’를 만들고 있는 ‘MeToo운동’은 이제 얼마나 더 번져나갈지 모른다. 오늘은 또 어디서 어떤 문제가 야기될 것인가 불안하기까지 하다.

이런 미투운동이 이번에는 수원시에 날벼락을 때렸다. 최영미 시인이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에 실은 '괴물'이란 시에서 성추행 피해경험을 담았는데 그 당사자가 바로 수원에서 공들여 모신 고은시인을 빗대는 시라고 하여 언론사와 SNS가 시끄럽다.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

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받고 나는 도망쳤다

En이 내게 맥주잔이라도 던지면

새로 산 검정색 조끼가 더러워질까봐

코트자락 휘날리며 마포의 음식점을 나왔는데(하략)

 

수원시는 온갖 불협화음을 무릅쓰고 문학계의 거장을 대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인문학도시를 지향하는 수원시로서는 고은 시인이 수원에 가주한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큰 덕을 본 셈이다. 인문학의 중심도시를 주장하는 수원시는 고은 시인을 인문학 멘토로 내세우며 대외적 활동을 적극 지원했다. 수원시로서는 고은 시인이 기여한 부분이 상당하고 대외적으로 문학도시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수원시의 지역 문학계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고은 문학관’을 추진 중에 있다. 이러한 수원시의 고은 시인에 대한 예우가 이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시 관계자는 “이런 문제가 불거져 당혹스럽지만 고은문학관 추진 등 고은 시인에 대한 사업들은 문제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은 시인에 대한 이번 사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수원시가 ‘고은 문학관’ 설립을 추진하자 수원문인협회는 수원시와 “연고와 명분도 없는 고은 시인에게 혈세를 투입하면서 지역 문인들을 위한 지원은 없다”고 반발하면서 고은문학관이 아닌 수원문학관으로 명칭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지난해 5월, 광교 주민들은 ‘고은시인 추방운동’까지 벌였었다. 본인들은 40여 년간 그린벨트와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했는데 수원시가 고은 시인에게만 광교산 아래 집을 리모델링 해 제공한 건 특혜라고 주장했다.

당시 수원시는 주민들의 항의에 ‘보물을 차버리는 격’이라며 주민들을 달랬지만 이번 고은 시인의 성추행 사건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은 시인이 문학계의 거장이자 노벨문학상의 후보자로 연이어 이름을 올렸기 때문에 그 파장을 더 클 수밖에 없을 듯하다.

하주성 기자  rja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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