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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하나에 밀려오는 여러 가지 생각들

[경기포스트] 학교에서 공문이 왔다. 경기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쟁의행위에 따른 관련대책 안내문이었다. 급식이 제공되지 않아 학교에서 점심으로 빵과 우유로 대체되니 대체식을 제공받던지, 가정에서 도시락을 준비하라는 안내문이다. 둘째는 샌드위치를 준비해 달라하고 첫째는 반에서 모둠별로 만들어 먹기로 했는데 밥을 준비하기로 했다고 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첫째의 4명분 밥을 챙겨주고, 둘째의 샌드위치를 준비해서 학교에 보내고 나니 아침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정신이 빠지는 것 같았다. 급식 덕분에 그동안 참 편하게 살았구나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러고 보니 어린 시절 도시락을 싸들고 학교를 가고, 한 겨울에는 난로에 도시락을 올려놓고 점심시간이 오기도 전에 도시락을 까먹던 생각이 난다. 그 시절 엄마는 도시락 싸는 것이 얼마나 번거로우셨을까? 자녀가 하나도 아니고 셋이나 되었으니, 참 감사한 일이다. 지금의 나는 ‘급식’이라는 편한 시스템 덕에 도시락 반찬 신경 안 써도 되고, 급한 일이 있어 학교 가는 아이들보다 먼저 나가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점심은 든든히 먹을 수 있으니 그걸로 조금 위안을 삼았던 것도 사실이다. 급식비를 따로 내지 않아 급식비가 없어 밥을 굶고 물로 배를 채우는 아이도 없어졌으니 이 또한 얼마나 감사하고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일하는 부모들은 급식의 덕을 톡톡히 보는 셈이다. 우리나라 음식은 외국처럼 간단히 빵이나 견과류, 과일 등으로 한 끼 식사를 하기보다 밥과 반찬, 국물 등으로 이루어져있어 도시락을 준비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 날마다 다른 메뉴의 음식을 준비하는 것도 일이지만, 여름철에는 음식이 상할까 걱정이고 겨울에는 찬밥을 먹을까 걱정이다. 학교급식은 당일에 조리하여 신선하고 영양까지 갖춘 식단을 제공해주니 여러 가지 면에서 유익한 시스템이다.

많은 비용을 들여 만들어 놓은 급식시설을 아이들에게 음식을 먹는 장소만이 아니라 직접 요리를 해 보는 체험의 장소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되었으면 한다. 직접 음식을 만드는 과정 중에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고 선진국에서는 요리를 하며 수학과 과학에 대한 지식을 배우기도 한다. 이렇게 직접 만든 음식으로 점심을 해결하기도 하고 음식에 대한 소중함도 늘고 가정에서도 음식을 만드는 과정 중에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사회에서 유익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지속하기 위한 과정 중에는 문제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문제를 문제자체로 보기보다는 해결할 수 있는 과제로 인식하고, 전문적인 지식활용과 다양하고 창의적인 문제해결 방식을 이용해 누구나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미래사회에는 빠른 기술발달과 변화 때문에 우리가 예측하지 못하는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할 텐데 지금처럼 문제가 생기면 누구의 잘못이냐를 따지고, 서로가 책임지려 하지 않으며 적극적인 소통으로 대처하지 않는다면 더욱 더 혼란스러운 사회가 될 것이다.

행동경제학에서는 ‘틀짜기 효과’라는 용어가 있다. 의사전달 방법 중 하나인데 의사전달을 어떤 ‘틀’안에서 실행하느냐에 따라 전달받은 사람의 태도나 행동이 달라지는 것, 즉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접하는 정보는 정보를 제공하는 입장이 정해놓은 ‘틀’이 존재한다. ‘틀’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분석하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지 않으면 우리는 ‘틀짜기 효과’에 이용돼 본질을 흐리고 제대로 된 판단과 선택을 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아이들은 오히려 빵도 먹고 주스도 먹고 색다른 경험으로 다가오는지 좋아하기도 했다. 계속 이렇게 엄마가 도시락을 싸주면 어떻겠냐고 물었더니 계속은 싫다고 한다. 더 먹고 싶을 때 리필도 안 되고 도시락 통 들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싫다는 것이다. 덕분에 마음의 짐도 덜고 서로가 편하긴 하겠다 싶기도 하고, 나 대신 내 아이들에게 맛난 점심을 대접해 주고 계신 분들도 더불어 행복해 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이준숙 기자  june777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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