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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여행인지 묻고 싶다?

[경기포스트] 오랜만에 인척과 안부 전화통화를 하게 되었다. 가까운 인척의 남편은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져서 뇌수술을 받았으나 오른쪽 한쪽이 마비되고 여러 기능을 상실하게 된 장애인이다. 봄나들이 여행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반드시 시정되어야할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어느 날 인척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 장애인 복지관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여행을 가게 되었다고 한다. 휠체어로 이동해야 하는 장애인들은 좀처럼 집밖으로 여행이 힘들기에 봄나들이 여행은 참으로 가슴 설레는 일이었다는 것.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잊지 못할 추억이 되리라 상상하고 따라 나선 여행은 ‘괜히 따라 갔네’라는 생각이 들만큼 실망스러웠다고 한다.

나들이는 오전 9시에 출발해 오후 4시안에 돌아오게 되는 일정이었는데. 형식적인 행사처럼 일정에 쫒기며 기념사진 찍기에만 바빴다고 한다. 간식을 먹기 위해 자리를 폈는데. 그날은 무척 더운 날씨였다고 한다. 분명히 파라솔과 보호자가 앉을 수 있는 의자를 차에 싣고 온 것을 확인 했는데 설치를 하지 않더란다. 앉고 일어서는 단순한 동작조차 힘겨운 장애인들을 햇볕에 그대로 노출된 벤치 몇 개 있는 곳 주변바닥에 대충 돗자리를 깔고 앉으라 하더니 치킨 한두 조각, 과자, 음료수를 나누어주곤, 시설 관계자와 봉사자들은 따로 모여서 음식을 박스째 쌓아놓고 마음껏 먹고 즐기더란다.

햇빛을 가려 줄 수 있는 파라솔과 의자는 왜 가져와서 설치도 안하냐고 물으니, 일정상 시간이 부족하여 그랬다고 하더란다. 밥을 먹기 위해 식당을 방문 했을 때도 장애인을 위한 배려는 없었다고 한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의자에 앉아 식사하는 것이 편하다고 한다. 계단을 통해 들어 가야하는 식당을 한발 한발 옮기며 들어가는 것도 힘겨웠는데, 몸을 쭈그리고 신발을 벗기고 엉덩이를 끌면서 밥상 앞으로 앉아야 되는 곳이었다는 것이다.

화장실은 휠체어가 진입하기 어려운 턱이 높은 화장실이라 휠체어를 화장실문 밖에 세워놓고 부축하여 들어갔지만, 순간 헛디뎌 다칠 수 있는 상황을 경험 했기에 이용하는데 무척이나 힘들었다고 한다. 관계기관과 관계자들 그에 속한 여행 기획자는, 불리한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어 이동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장애인들을 위한 여행에서 장애인을 보호하고 안전을 책임져야할 역할과 업무를 잊은 것일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 장애인들을 위해 시정 되어야 할부분이라 생각하는 요소들을 장애인협회에 알렸다고 한다. 장애인 협회에서는 보통 봄, 가을 두 차례에 걸쳐 여행을 하는데, 봄나들이에서 많은 부분이 시정 됐으리라 생각하고 가을여행을 기대했지만 연락이 안와 협회에 알아보니 이번여행자 인원에서 제외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유를 물으니 여행하기 힘든 코스라서 정해진 여행지에 적합한 장애인들만 선별했다는 기가 막힌 말을 하더란다.

누구를 위한 여행일까? 장애인을 위한 여행이라면 약자에게 알맞은 여행지를 선택 하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할 것이다. 여행지의 길이 휠체어가 다니기에 불편하지는 않은지, 또한, 여행지가 햇빛이 있는 곳일 수밖에 없다면, 햇빛을 막아줄 장치정도는 준비하고 설치 해주는 것이 타당하다. 존중과 배려가 필요한 것이다. 의자에서 식사 할 수 있고, 화장실 문턱이 높지 않은 곳을 찾아보는 정성은 장애인을 돕는 단체원으로서는 분명 필요한 마음가짐이다.

또한 장애인 여행에서조차 장애의 등급이나 수준 따위의 차이를 두어 구별하고 선별하여 차별한다는 것은 좀 더 깊이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다. 장애인 여행이라는 명분으로 배려하고 있는 척 하고 있을 뿐, 실질적으로 그들의 상황과 입장을 반영하여 여행 기획을 하지 않는다면, 장애인과 그의 가족들에게 앙금 같은 마음의 상처를 남기고 모양새만 그럭저럭 갖춘 조잡한 행사로 전락될 뿐이다. 장애인을 위한 봉사를 하는 단체원이라면 먼저 인성을 갖추기 바란다.

한미연 기자  suw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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